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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8일(따뜻한 햇살에 깜빡속았네) 종이달 - 가쿠다미쓰요

줌마6100 2016. 1. 8. 12:14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 권남희역 2014년 위즈덤하우스

종이달이라는 제목만 보면 동화책이지 싶은 편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종이달의 의미가 여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인공인 41살의 우메자와 리카는 젊은 청년 히라바야시 고타와의 얽힌 연애감정이 리카에게는 가장 행복한 한때였을 것이다. 리카는 성실한 남편과 결혼하였지만 무덤덤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자, 와카바은행에서 영업담당 시간제로 일하다가 계약직사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녀는 돈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신뢰를 얻는다. 그러다가 가족에게는 땡전한푼 안쓰는 구두쇠영감댁에서 젊은 손자 고타를 만나게 되면서 리카의 인생은 달콤살벌하게 변한다. 그 다음 이야기의 전개는 우리가 드라마나 연애소설에서 봐왔던 내용과 그다지 다르진 않다. 중년여성의 일탈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 일단 그녀의 남편 우메자와 마사후미는 그녀가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만 관심도 없는 쇼윈도 부부의 생활을 지속해나간다. 그렇다고 남편이 바람을 핀다거나 그녀를 폭행하거나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단지 평범한 성공하고 싶은 샐러리맨이다. 여기서 라카의 남편 마사후미의 사고방식이 설마 일본 남성의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것은 아닐진저. 마사후미는 리카가 시간제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외식을 하는데 껄끄러운 마음을 내비친다거나 그다음 자신의 돈으로 좀더 멋진 곳에서 외식을 하면서 시간제로는 이런 곳에 오지는 못할 거라는 둥 시간제가 얼마나 벌기에 주택융자금 갚는데 보탬이 되겠느냐는 둥 비아냥거린다. 그런 후 리카가 계약직원이 되면서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휴가차 온 남편에게 고급 손목시계를 선물하지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하거나, 외식을 하면서 와인을 추가하자 와인값만 제외하고 식사비를 계산하는 둥 부부간에 따로 식사비계산이라는게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난해하다. 그녀는 고타와의 만남에서 고타의 진심어린 감사함과 천진함을 남편과 비교함으로써 데이트비용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면서 은행고객돈을 조금씩 빼쓰기 시작하면서 1억엔까지 횡령하기에 이른다. 젊은 연인이 항상 그렇듯이 알맹이는 쏙쏙빼먹고 나이든 연인이 집착하기 시작하면 슬슬 본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듯 고타도 예외는 아니다. 그도 젊은 애인과 삼각관계를 유지하다 리카와 결별을 선언한다. 리카는 은행감사가 있기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 마사후미와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 후 본인은 좀더 머물면서 친구를 만날 거라며 태국에 남다가 치앙마이로 향한다.1달 후 그녀는 비자만기가 된다. 

[...네온사인과 불꽃이 어슴푸레하게 물든 밤하늘이 펑펑하는 굉음과 함께 덮쳐와, 천천히 자신을 짓누르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리카는 얼른 고타의 손을 잡았다. 고타는 리카에게 손을 잡혔지만, 맞잡지 않았다.  "불꽃너머에 달이 있어요" 고타가 불쑥 말한다. 정말로 깎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빨려들 듯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