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삼국지1~10, 리동혁완역, 2005년, 금토
젊은 시절 삼국지를 읽었을 때는 막연히 유비에 관한 에피소드나 유교적인 면의 이야기만 머리 속을 맴돌고 있었다. 몇 년 동안 핑계아닌 핑계로 텔레비젼을 없애버린 후, 예전에 살던 구로 이사오면서 TV를 본의 아니게 들여놓게 되어 심심함을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중국어를 배우게 되면서 케이블티비에서 재방송되는 중국드라마<미완의 책사,사마의>를 보게 되었다. 그 전에 <조조>라는 영화를 보면서 유비보다 조조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삼국지를 제대로 정독하기로 했다. 삼국지는 세간에 떠도는 말이 '안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 읽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나. 그러던 차에 좀 다른 번역의 책을 찾았는데 중국동포작가이며 중국고전연구가인 리동혁작가가 한국어로 번역한 본삼국지를 알게 되었다.
2018년10월12일 처음으로 본삼국지 1권을 읽기 시작하여 2019년1월12일까지 마지막 10권을 읽었다. 총 3개월이 걸렸다. 우리가 많이 쓰는 사자성어도 다시 한번 상기되었고,1권에서 마지막부분은 삼국시대가 도래하기까지 중국선사시대, 하,은,주와 초,한에서 항우가 유방에게 패하고 유방에서 이어지는 한나라의 이야기를 첨부해 준다.
삼국은 한나라가 동탁,여포,원술,원소에 위협받으면서 조조가 한의 왕실을 보호막으로 삼아 위를 세우고, 한의 전통성을 내세운 힘없는 유비가 관우,장비와 도원결의를 맺고, 삼고초려(원래는 제갈량이 먼저 유비를 찾아왔다고 한다)끝에 모사가인 제갈량을, 나중에 조운(조자룡)이 나와 촉은 번성기를 누리네. 손권의 오나라는 지리상으로 유리한 곳에 위치하여 잦은 전쟁을 피할 수 있었고(오는 적벽대전에서 촉과오의 연합군과 위와 싸움에서 연합군이 크게 이긴 이후로 촉과 위사이에서 중간역할만 하는 듯)
삼국지에 나온 <나라가 나누어지면 하나가 되려고 하고, 하나가 되면 나누어지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역사는 과거를 반추하면서 나가게 되는 듯... 삼국지에 나온 인물들은 왜이리 많은 지 머리아파...
일단 제갈량은 유비와 잠시나마 유비의 아들 유선이 무조건적이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니 중원을 통합한다는 명분하에 계속 전쟁을 일으킨다. 제갈량이 천문이며 지리에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하며, 전법이나 곡식의 이동수단으로 쓰인 목우와 유마(이 발명품은 제갈량의 아내의 작품이라는 말도 있다)의 발명까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삼국시대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그가 살아 생전에는 아무도 작고 힘없는 유비의 촉(한)을 넘보지 못한다.그는 전쟁을 치르면서 무수히 승리(맹획을 7번잡고 7번놓아주면서 그 땅을 차지하기도 하고)를 하지만 위의 사마의와의 싸움에서는 결국 본인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만다.
나라가 망할려면 나라를 맡은 왕이나 그 주변 인물들의 행태에서 슬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비의 아들 유선(결국 왕의 계승자가 될 수 없는 인물인데 자리를 잘못 차지하면 사단이 나지) 이 처음에는 제갈량을 상부라 부르면서 그를 잘 따르더니 점점 환관의 말에 의지하고 주색에 빠져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위의 침략을 받아 결국 사마소(사마의의 두번째 아들)에게 항복하고 만다.
한의 헌제를 폐하고 위를 세운 조조에 이어 그의 아들 조비,손자 조예가 왕이 되면서 권력다툼과 모함 등으로 그나마 제갈량과 쌍수를 겨룰 수 있는 사마의조차 웅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결국 사마의의 아들 사마소가 촉을 정벌(엄밀히 말하자면 등애와 종회가 서로 자신들의 힘을 겨루고자 앞다퉈 나가면서 등애가 촉의 수도(?)을 먼저 차지하자 종회와 중신들이 등애를 모함하여 죽게된다)하고 그 아들 사마염이 오를 통합하고 진(晉)나라를 세운다. 사마염이 진을 세우면서 천하통일을 하는 큰업적을 이루고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하니, 이는 사마염이 큰일을 하고나서 나태해지기도 하고 본인이 이제 좀 즐겨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개인적으로 재물과 여색을 탐내고 외척들의 오만방자한 행동(손님에게 미인을 시켜 술을 따라 주게하여 손님이 그 술이 다 마시지 않으면 그 미인을 죽여버린다) 등으로 인해 그 이름이 묻혀버렸다고 한다 . 그가 죽고 바보아들 사마충을 황제로 세웠으니 나라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 죽는다는 보고를 받고"밥이 없으면 고기죽을 먹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이건 프랑스의 마리앙뜨와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고 해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사실은 마리앙뜨와네트가 한 말이 아니라는 설도 있음). 이러다가 사마씨 왕들의 싸움이 일어나고 진나라는 세운지 52년만에 망하고 천하가 통일된 지 37년만에 망한다.
삼국시대의 특이점은 제갈량은 촉의 모사가로 일하면서 제갈량의 형은 오의 중심인물로 활동하며 그들이 죽고 형의 아들인지 손자는 위나라에서 장수로 활약한다. 또한 같은 나라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으면 주요인물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로 망명을 가거나 전쟁 중에 항복한 장수들을 그 직위를 그대로 주거나 높여 주어(간혹 본보기로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충성을 다하기도 한다(위의 하우패, 강유가 촉으로).
역사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지만 제갈량이 조조에게 발탁되었더라도 그가 중원을 통일하고자 했을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제갈량은 주은래와 더불어 중국의 2대 위인으로 현재 받들어 진다고 한다.
'책을 읽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1월20일(소한의 얼음물이 대한에 녹다)방구석미술관-조원재지음 (0) | 2019.01.20 |
---|---|
2019년1월16일(미세먼지가 없는 날)-미중전쟁1,2 -김진명 (0) | 2019.01.16 |
2018년 12월5일(올해 처음맞는 한파란다)- 적벽대전1,2-스제펑지음/차혜정옮김 (0) | 2018.12.06 |
2017년 2월8일(춥다) - 고구려6(구부의 꿈) -김진명 (0) | 2017.02.08 |
2016년 10월 29일(날씨 모름)-채식주의자-한강 (0) | 2017.02.08 |